건강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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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직장 월급의 늪

2010년 9월에 한의원에 입사를 한 이후로 2021년 11월까지는 퇴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직장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울거나 화를 내고 끝이었지 '그만둬야겠다, 못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직장이 월급이 많지도 않고, 특별히 좋은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하나 만으로도 일을 그만둘 이유가 없었습니다. 또한 9시 출근, 6시 칼퇴근으로 잔업이나 야간 근무가 없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다닌 한의원은 원장님이 정말 좋은 어른, 좋은 의사셨고, 같이 일하는 동료 분도 너무 성품이 좋으셨기 때문에 직장에 대한 불만이 거의 없었습니다. 10년을 넘게 일한 직장이다 보니 환자분들도 다들 더 친근하게 대해주셨고, 혼자 일하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였고, 일을 그만두게 되면 다른 곳에 취업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다른 곳에 취업하기에 어린 나이도 아니고 다시 일을 배울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정말 제 직장과 제 일을 좋아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나는 그렇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 후 평일에 즐기는 풍경)

 

건강할 때만 좋은 '안정적인 직장'

2021년 10월 코로나에 걸리면서 안면마비가 더 심해졌고, 체력이 급격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안 아픈 곳이 없다 싶을 만큼 아팠고, 주변에서 그래도 3차까지 백신을 맞아서 그 정도인 거라고 다행이라며 위로해주셨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백신 1차, 2차, 3차 맞는 내내 정말 심하게 아팠었는데 걸리고 나서도 당장 '내일 눈 못 뜰 수도 있겠구나' 싶을 만큼의 아픔을 경험하고 나니 다른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고통이었고, 아직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 현실이 정말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월급이 적어도 안정적인 게 좋았지만 사실 그것은 「제 몸이 건강할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그렇게 편찮으신 분들을 뵈면서 지냈지만 정작 내가 그렇게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제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슬펐던 것은 당장 그만두게 되면 앞으로 '뭘 하고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었습니다. 배우고 해 온 일이 병원 일 뿐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다시 몸 쓰는 병원일을 하기는 무서웠고, 그 외에 다른 직업은 상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집은 가지고 있었지만 주택 대출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돈이 들어가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그만두면 '난 뭘 먹고사나'라는 걱정이 앞서 매일 아침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10년을 넘게 한 직장에 다니면서도 직장 때문에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정말 출근하는 게 끔찍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매일이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나는 그렇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 후 평일에 즐기는 풍경)

 

덜컥, 퇴사를 하다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을까?', '육체적으로 덜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까?' 하며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수입을 만들어 놓고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맞는 생각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 저는 너무 많이 아팠고,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아무 계획 없이 덜컥 퇴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4월 말을 마지막으로 퇴사를 하고 현재 5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저는 여전히 백수인 상태이고 건강 회복에 더 집중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매일 고민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신기한 건 퇴사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때 그만두지 않았다면 정말 평생 그 일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병원일을 싫어하지도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쪽이었지만, 월급을 받는 일이라는 것이 내가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얼마를 가지고 살 수 있는지를 남이 주는 '월급' 안에서 정해진 삶을 살아야 한다는 그 자체가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와는 조금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코로나로 아프게 되고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는 정말, 40살이 다 된 나이에 빚도 안고 있으면서 12년을 일한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고, 현재에도 불분명한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지만, 지금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오히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많고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서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다른 수입원을 만들어 놓고 그만두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지금 혹시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신다면 너무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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