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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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도 젊어진다

저는 한의원에서 꽤 오랜 시간 근무를 했었습니다. 한의원에서만 15년 정도 근무를 하였고, 마지막 직장이었던 한의원에서는 12년 정도를 근무하였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꽤 많은 환자분들을 봤었고, 사람들이 '요즘 아이들이 예전과 다른 게 빨리 조숙해진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질병도 예전보다 젊은 나이에 찾아온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70~80대에 생겼을 질환들이 60대 50대로 낮춰지더니 요즘은 30대만 되어도 생기는 질환이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고혈압, 당뇨 같은 성인병들도 있지만 '구안와사'라는 안면마비 증상도 그러한 질환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한의원에 근무하던 초기에는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소위 '입이 돌아갔다'라고 표현하시는 안면마비 증상으로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지만 점점 연령층이 젊어지더니 최근에는 30대에 안면마비를 겪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꼈었습니다. 그런 분들을 뵈면 참 안타까웠고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저 남의 입장에서 보는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2018년 직장을 다니고 요가를 하던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제 자신이 건강함을 느꼈습니다. 불면증이나 무기력감, 우울함과 같은 기분은 단 한순간도 느낄 시간이 없었고, 요가가 재미있었고, 직장도 좋았고 정말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다.'라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12년 전 부산에 처음 왔을 때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로 왔었기 때문에 너무 건강해진 제 모습이 자랑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눈 밑 떨림과 안면마비를 겪고 느낀 점눈 밑 떨림과 안면마비를 겪고 느낀 점
눈 밑 떨림과 안면마비를 겪고 느낀 점

 

자만감, 피로 누적의 시작

일도 운동도 너무 잘되고 있었고, 모든 게 평화롭게 느껴지면서 욕심이 생겨났습니다. 요가에 대해 더 깊게 배우고 강사 자격도 취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요가강사 자격증, 임산부 시니어 요가강사 자격증, 필라테스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과 운동을 하는 시간 외에는 자격증을 공부하는데 시간을 쏟아붓게 되었습니다. 

 

매일 숙제를 하고 운동도 하고 일도 하며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저 신기했고, 일을 하면서 취미 생활도 할 수 있는 제 생활에 너무 감사했고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하나 못하게 되는 게 싫어서 더 욕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 하루 일과표

시간 활동
05:00 기상 / 운동
07:00 아침 식사 / 출근 준비
09:00 근무 시작
18:00 퇴근 / 공부
19:00 요가 수업 (1시간 또는 2시간)
22:00 (또는 23:00) 귀가 또는 집에서 공부(숙제)
24:00 취침

 

요가 실력을 늘리고 싶은 마음에 하루 2~3시간 정도는 운동도 하고 싶었고, 공부도 하고 싶었고, 일도 빠질 수 없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고, 그래서 조금 빡빡한 스케줄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고 적응할 때까지는 힘든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활동해나갔습니다. 체력도 어마어마하게 좋아졌고, 눈만 감으면 잠들 때여서 잠도 잘 자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생활을 해 나갔습니다.

 

눈 밑 떨림과 안면마비를 겪고 느낀 점
눈 밑 떨림과 안면마비를 겪고 느낀 점

 

눈 밑 떨림 초기

그러던 어느 날 '눈 밑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눈 밑 떨림이라고 하면 마그네슘 부족을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마그네슘 부족 때문에 눈이 떨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영양실조가 올 정도로 영양이 부족하거나 영양이 치우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그런 경험은 흔하지 않다고 합니다. 당시의 저 같은 경우에도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었기 때문에 마그네슘 부족으로 오는 증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안면마비 증상을 나타내는 분들이 어떻게 증상이 시작되는지 많이 보았던 저는 '눈 밑 떨림'이 질환의 서막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내 몸이 힘들구나', '스트레스 과잉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도 공부도 멈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다른 병원을 가는 건 시간상 상상하기 힘들었으며, 제가 일하는 곳에서 치료받기에도 저는 '직원'이었기 때문에 선뜻 "아프다"는 말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어리석게도 그렇게 저는 '조금만 지나면, 다 끝나면 쉬자'라는 생각으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게 되었습니다. 피로는 계속 쌓여갔고, 눈 밑 떨림이 느껴지는 시간이 길어지자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부끄러웠거든요... 표정도 안 좋아졌고, 당연히 건강도 안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안면마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왼쪽 눈 밑 떨림이 느껴지던 얼굴 부분이 뻣뻣해짐이 느껴졌습니다. 그제야 저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안면마비 치료

당시 제가 근무하던 한의원 원장님은 경력도 오래되셨고, 멀리서도 소문을 듣고 환자분들이 찾아올 만큼 실력이 있으신 분이셨습니다. 그런 한의사셨지만 저에게는 직장 상사이셨기 때문에 '아프니까 치료해주세요'라는 말이 쉽진 않았습니다. 안면마비라는 것이 하루 이틀 치료받는다고 낫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더욱 말하기 힘들었습니다. 특히나 원장님을 보조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간호조무사가 '저' 한 사람뿐인 작은 한의원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말씀드리기 힘든 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증상이 꽤 진행되고 난 뒤 말씀드리게 되었고, 얼굴 반쪽에 완전한 마비가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요가원을 그만두게 되었고, 직장 한의원 원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점심시간마다 정말 열심히 치료를 받았습니다. 한약을 지어먹고 침도 매일매일 꾸준히 맞았습니다. 제가 보고 듣고 몸으로 경험한 안면마비는 대부분 스트레스 누적으로 인한 경추(목) 신경이 눌러 안면 신경 흐름이 나빠져서 증상이 나타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저 또한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평소 어깨가 자주 뭉친다거나 팔꿈치(엘보) 쪽이 저리고 아프다거나, 손가락 저림이 느껴진다거나 비염이나 축농증, 안구건조, 머리 통증 등을 호소하는데 검사를 받으면 별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는 분들 대부분이 경추 치료를 하면 좋아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보통 눈밑 떨림이나 안면마비가 느껴지고 바로 치료를 받게 되면 매일 침 치료를 받고 매일 한약을 먹으며 치료해도 빠르면 1개월 길게는 3개월 이상이 걸려 깨끗하게 후유증 없이 치료되는 모습을 봤었지만, 저 같은 경우 이미 눈밑 떨림을 느낀 지 1년이 지나고 나서 치료를 시작했던 터라 빠르게 치료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습니다. 

 

또 한 번의 시련 '코로나'

그렇게 1개월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눈밑 떨림이 약해졌고, 무엇보다 안면마비가 사라져서 가장 좋았습니다. 정말 '이제 조금만 더 치료하면 끝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저에게 코로나가 찾아왔습니다.

 

3차까지 접종을 다 맞은 상태였고, 집 와 직장 외에는 집 앞 편의점도 몇 번 가지 않았던 시기여서 더욱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로 몸이 정말 많이 아팠고, 고통을 느끼면서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안면마비도 눈밑 떨림도 다시 심해지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정말 온몸이 다 아팠고, 몇 년 전 달리기 연습을 하다가 다쳤던 무릎마저 다시 아프기 시작해서 아침에 눈을 뜨고 걷는 것까지 고통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냥 다 잘하고 싶었던 욕심이 이렇게 나 몸을 망가뜨렸다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치료도 치료였지만, 제 몸을 누구보다 아낀다고 생각했던 저였는데 이렇게 몸이 아플 때까지 내버려 뒀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습니다. 너무 아프지만 월급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했던 저는 일을 쉴 수도 없었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극에 달해있었지만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 상황이 서글펐습니다.

 

퇴직을 하다

하지만 결국 한계를 느낀 저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10년을 넘게 일하면서 단 한순간도 제가 일하는 직장을 그만둔다고 상상하지 못했던 저는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 저 스스로에게도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하루하루 몸이 힘들어지는 게 느껴져 더 이상 퇴직을 미룰 수 없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길에 나앉게 되더라도 저에게는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11년 7개월 7일의 경력을 끝으로 제가 사랑했던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면서 그렇게 많이 울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는 걸 정말 뼈저리게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눈 밑 떨림과 안면마비를 겪고 느낀 점눈 밑 떨림과 안면마비를 겪고 느낀 점
눈 밑 떨림과 안면마비를 겪고 느낀 점

 

휴식의 필요성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현재도 저는 여전히 치료 중이고, 휴식 중이고, 또 앞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예전보다 '열심히'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알차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너무 열심히만 살다 보면 저처럼 부러질 수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정말 잘 사는 사람은 쉬는 것도 잘 쉬고, 노는 것도 잘 놀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아프면 정말 친구도, 가족도 다 필요 없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의 아픔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탓할 수도 없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건강하고 행복한 오늘이 있어야 밝은 내일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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