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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간호조무사가 느낀 연차의 중요성

저는 2004년에 처음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한 이 후로 3개월 간의 준종합병원 실습을 경험했고, 짧은 기간 동안의 치과 경력 이후로 한의원에서만 15년 정도 근무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제 고향에서 2년 정도 근무를 하였고, 부산에 와서 최근까지 12년을 한의원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간호조무사나 다른 직업으로 취업 준비를 할 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내용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취업을 하게 되면 꾸준히 오래 일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혹시라도 이제 간호조무사나 다른 취업을 시작하시는 분이거나 연차가 낮은 분들이 시라면 꼭, 한 곳에서 꾸준히 일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저도 압니다.

 

제가 한 곳에서 12년 일을 했다고 하면 놀라지 않는 분들을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12년 한 곳에서 일한 게 뭐가 대단한 일인지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일인지 크게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한 곳에서 오래 일해서 '경험이 너무 적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정말 운이 좋고 복이 많아서, 인품 좋은 원장님과 동료분, 예뻐해 주시는 환자분들을 이 많으셨기 때문에 그 덕에 오랜 기간 일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이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3년 차가 되었을 때, 5년 차가 되었을 때 그때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등의 생각을 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환자분들, 거래처 분들이 젊은 아가씨라고 업신여기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혼자서 울고 욕도 하고 그런 경험도 많았습니다. 다른 직업군들도 다 다양한 사람들을 겪게 되겠지만 병의원의 경우 아픈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보니 이미 예민해져 있으신 분들과 마주하면서 좋은 소리보다는 안 좋은 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되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다', '살려달라', '죽겠다', '이렇게 살면 뭐하냐',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등의 부정적인 말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당연한 환경이니까요.

 

 

이력서를 작성할 때

여러 직업을 경험해 보면 안 힘든 일이 없습니다. 물론 본인에게 조금 더 맞는 직장을 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퇴직을 선택하고 제 후임을 뽑고 나올 때만 해도 1년, 2년 정도 근무한 이력을 나열해 놓은 이력서들을 정말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력서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뽑아 놓으면 1,2년 일하다가 그만두겠구나', '일 가르칠 만하면 그만두겠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됩니다. 차라리 조금 더 오래 일한 곳을 간단하게 적어 넣는 것이 더 좋은 인상을 줄 때도 있습니다. 이력서는 길게 적는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한 경력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것은 제가 일을 그만두고 얼마 전 새로운 일을 구하려고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았을 때 더욱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이력서는 정말 간단합니다. '전문대 졸업, 간호조무사 취득, OO한의원 2년 근무, OO한의원 12년 근무' 이렇게 4줄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12년을 한 곳에서 근무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곳에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한의원, 요양병원은 물론 치과, 피부과, 외과, 산부인과 등등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진료 과에서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과 나중에라도 시간 되면 연락 달라는 연락, 심지어 이력서만 보고도 출근해 줄 수 있냐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물론 저는 이제 병원 쪽이 아닌 다른 일을 경험해 보고 싶었고, 연봉과 시간 조율 등의 문제로 제 쪽에서 거절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많은 연락이 오는 건지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12년을 일했다는 경력이 저에게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한 곳에서 일을 한다는 건

오랜 시간 한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당연히 원장님께서도 환자분들께서도 저에 대한 믿음이 커집니다. 처음 직장에 일을 하면 햇병아리 취급을 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일을 하다 보면 저를 마냥 원장님 밑에서 일하는 아가씨로 대하던 분들도 어느 순간부터 믿고 저만 찾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때로는 본인의 부끄러운 부분을 이야기하기도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믿음이 쌓인다는 것이 정말 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렇게 못되게 굴고 소외 갑질을 하시던 분들도 오래 얼굴을 보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없는 곳에서 저를 칭찬하고 도와주시기도 하십니다.

 

생각보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하면서 배우는 다양한 경험도 많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3개월~1년 동안 겪었던 기분 나쁜 일들 서러운 일들이 어쩌면 신입이라서 겪었던 일들인 경우도 많습니다. 도저히 이런 곳에서 일 못하겠다 싶은 곳들도 1년, 2년 지나면 저를 다르게 봐주게 되고, 저의 편이 되어주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일하는 것이 정말 편해집니다.

 

일도 편해지지만 저의 경험처럼 제가 길게 일한 경력 하나가 나의 얼굴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꼭 본인의 이력서에 당당하게 '저는 한 곳에서도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남길 수 있는 직장인이, 간호조무사가 되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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