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4년에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였습니다. 10대 후반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은 저는 크게 대학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나중에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저를 안타깝게 생각한 어머니께서 어느 날 '간호조무사 자격증이라도 따놓으면 나중에 일 걱정은 안 해도 된다더라'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그렇게 저는 간호조무사 자격을 공부하게 되었고, 국가시험을 응시했고 60% 이상의 점수를 취득하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20년 가까이 간호조무사 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반으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간호조무사 실습
간호조무사는 국가시험을 치기 전 1년의 이수기간 중 3개월의 실습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저와 같이 학원을 다녔던 동기 분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듣곤 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경우 조금 외각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가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아주 조금의 월급을 받고 일을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 경우 일을 정말 많이 배울 수 있고, 경험이 다양해진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또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작은 동네 의원에 취업으로 들어가 실습을 채우고 자격을 따서 계속 일하게 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물론 꽤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더 예전에는 간호조무사 자격 없이도 '의원'에서는 근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간호학원에 다니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에는 처음 간호조무사 실습을 준종합 병원에서 하였습니다. 저는 3개월 동안 따로 받는 월급이나 차비 등이 있진 않았습니다. 또한 다른 동기 친구들과는 다르게 혼자 VIP 병동 담당으로 배정이 되어서 제가 환자분에게 주사를 놓거나 드레싱을 해드릴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침상을 교체하거나 청소를 하는 등의 잡무를 담당하였습니다. 계속 일을 찾고, 만들어서라고 하는 성격 때문인지 간호사님들도 특히 환자분들께서 많이 예뻐해 주셔서 실습 생활을 굉장히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는 큰 장점이 있었지만, 다른 동기들처럼 병원에서 하는 업무(드레싱, 주사 등등)를 배울 일이 크게 없었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간호조무사 취업
취업의 경우에도 내과와 외과 같은 경우에는 의사(병의원장)가 간호조무사만을 뽑아서 일을 시킬 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꼭 간호사를 몇 사람 두고 나머지 직원들은 간호조무사로 뽑게 됩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법적으로 「의료인」으로써의 의료 행위를 간호조무사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치과나 한의원 같은 경우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만 근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치과에는 치위생사라는 다른 직업군의 분들이 또 계셔야 하고, 피부과에서는 피부관리사 분들이 계셔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간호조무사는 취업이 굉장히 쉬운 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겠지만 현재에도 간호사에 비해 간호조무사가 월급이 작기 때문에 병의원 인력으로 많이 채용되고 있어서 일을 구하기가 어렵진 않습니다.
간호조무사 월급
단, 간호사에 비해 간호조무사는 월급이 굉장히 작습니다. 2007년 경, 제가 대구에서 한의원 간호조무사로 처음 근무했을 때 받았던 첫 월급이 세전 월 100만 원이었습니다. 주 6일 근무에 아침 8시 30분경부터 오후 7시까지 근무였고, 사실 그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서 1시간 정도 늦게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토요일은 4시 정도까지 근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교대를 하는 곳에서 더 힘든 일을 한다면 조금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제가 지금 현재 워크넷에서 본 결과 간호조무사 월급은 192만 원~ 최고 230만 원 정도 선이었습니다.
저의 경우 제일 처음에는 치과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그때 당시의 월급이 9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후에 몇 년이 지나고 2007년에 한의원에 근무를 시작했을 때 첫 월급이 세전 월 100만 원이었고, 2010년에 입사했던 한의원에서 첫 월급은 세후 100만 원을 시작으로 2021년 제가 마지막으로 받았던 월급은 세후 210만 원 이상, 연봉은 2800만 원 이상(상여금, 세금 등등 포함) 정도였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은 아주 작은 개인 한의원이긴 했지만 저는 연차가 쌓였고, 원장님께서 한의원 매출과 상관없이 매년 월급을 조금씩이라도 올려주려고 노력하셨던 분이셔서 최종 연봉이 2800만 원을 넘을 수 있었지만 사실 작은 개인 의원에서 일하면서 연봉 280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은 간호조무사에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간호조무사 업무
간호조무사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의사, 한의사 선생님들의 지시를 받기도 하지만 업무 환경에 따라 간호사 선생님들의 지시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저처럼 작은 한의원에서 일하게 되면 간호사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지 않는 환경인 경우도 있습니다.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진료과'와 환경에 따라 굉장히 다양합니다. 학원에서 또는 실습에서 배운 업무와 다른 업무를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저도 한의원에서 근무하면서 한의사 선생님의 보조 업무로써 환자분들의 물리치료(핫팩, 뜸, 물리치료기, 안마기 등)를 도와드리기도 하고, 침을 뽑거나, 부항을 제거하는 일들을 하기도 했지만 환자분들을 응대하고 수납을 하고, 컴퓨터나 회계적인 업무를 하는 등의 일들도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그리고 한의원의 경우 약을 탕전 하는 업무를 돕기도 합니다.
간호조무사 보수교육
간호조무사는 1년에 한 번 '대한간호조무사협회(http://klpna.or.kr)' 사이트를 통해 연 8시간의 보수교육을 받으셔야 합니다. 이 교육을 받을 때 처음에는 약 8만 원 정도의 회비를 내게 되고, 그다음부터 약 6만 원 정도의 회비를 1년에 한 번씩 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자격신고를 하지 않고 그냥 근무하시는 분들도 아직 계십니다. 당연히 공부하고 시험 쳐서 받은 자격증이기 때문에 보수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박탈당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단, 1차 위반 시 경고, 2차 위반 시에는 자격 정지 7일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보수교육을 받지 않고 근무하시다가 무슨 일이 생기게 된다면 어떠한 간호조무사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거나, 일하는 병의원에 어떤 일이 생겼을 시에 간호조무사가 보수교육을 받지 않고 있었던 것이 밝혀지면 해당 병의원에도 불리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시다면 1년에 한 번이니 시간 조금 내셔서 해놓으시는 게 마음 편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치며
간호조무사가 되려는 분들이 계신다면 자격을 따놓는 것도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곰곰이 생각해보시고 결정 내리셨으면 합니다. 한번 하게 되면 꽤 오랜 시간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다른 일로 진료를 바꾼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간호조무사를 직업으로 고민하고 계시는 분이 계신다면 오늘 제가 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