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허리를 삐끗하거나, 발목을 접질리거나 하는 일을 겪게 되면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정말 한의원으로 가도 될까요? 오늘은 제가 한의원에 근무하면서 보고 느낀 일에 대해 정말 주관적인 시선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얼마 전 너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야기해주신 분이 몇 년 전 운동을 하시다가 팔을 다치신 적이 있으셨다고 합니다. 다치고 바로 한의원에 가셔서 치료를 받으셨는데 그 한의원 한의사 선생님께서 치료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씀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1달 정도 꾸준히 치료를 받게 되었고, 이상하게도 전혀 치료가 되는 거 같지 않고 계속 아프기만 해서 정형외과로 가서 진단을 받아보니 뼈가 부러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더 화가 나는 건 처음에 다치고 바로 갔었더라면 뼈를 맞춰주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1달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더 크게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다 나으셨고, 멀쩡해지셨지만 그 일을 계기로 한의원을 신용하지 못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정말 황당한 한의사 선생님의 처치로 한 사람이 얼마나 고생을 하게 된 건지... 너무 황당하고 놀라웠습니다.
부기가 있다면 뼈 사진(엑스레이)을 먼저 찍어보세요.
발목, 손목 등 삐거나 다치셨을 때, 많이 붓는 게 느껴지면 먼저 정형외과에 가셔서 뼈나 인대, 근육 등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보셔야 합니다. '뼈가 부러질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 어떻게 모를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사실 뼈가 부러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뼈에 금이 가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아침에 일어나다가 허리를 삐끗하시거나 걷다가 삐끗하시는 정도로도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며칠 침을 맞는다고 낫게 되지 않습니다. 뼈가 잘 붙고 난 다음 한의원 치료를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혹시라도 한의원에 먼저 찾아갔는데 이러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한의원 치료를 받고 난 다음 날에 부기가 전혀 가라앉지 않거나 더 심한 통증이 느껴지신다면 신속하게 외과에 찾아가셔서 검사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한의원 원장님께서는 늘 다쳐서 부어있는 분들은 거의 부기가 없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사진을 먼저 찍어보시는 게 좋겠다고 권하시거나, 침을 맞고 나서도 계속 아프면 꼭 사진을 찍어보시라고 권하시는 분이셨고, 그렇게 돌려보낸 환자분들은 대부분 뼈가 부러져서 입원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퇴원 후에 회복을 위해 다시 침을 맞으러 오시곤 하셨답니다.
사실 위의 이야기와 같은 저런 한의사 분이 계시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분도 경험이 풍부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알면서 그럴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정말 저런 분들도 계신다고 하니 병원을 찾으시는 분들도 미리 알고 계셨으면 하고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부항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다쳐서 붓게 되면 한의원에서 부항치료를 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최근까지 근무했던 곳에서는 그러한 처치를 하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부항치료를 할 일은 없었습니다. 너무 많이 부어서 그 부분에 고인 피를 빼주는 한의사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저는 이러한 처치가 늘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다른 한의원에서 발목을 삐어서 부항치료를 받았는데 그 후에 다친 부분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세균 감염으로 고생하셨다는 분을 뵌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한의원도 동네에서는 꽤 알아주는 한의원이었고, 환자분도 워낙 성격이 좋은 분이셔서 그 한의사 선생님께 사과만 받고 넘어가셨다고 하셨지만, 사실 정말 큰일이 될 수도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부항치료를 받고 낫게 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침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치료해 주실 수 있는 한의사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의 치료를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기도 빠지고 염증도 가라앉게 됩니다. 저는 12년을 한 한의원에 근무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그렇게 치료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따라서 부항 치료가 모든 증상에 반드시 필요한 치료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치료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면 다른 병원도 고려해보세요.
정말 가볍게 다리를 삐거나 발목을 접질렸을 때, 뼈에 이상이 없는 경우라면 최단기간 1일~2주 안에는 깔끔하게 낫게 됩니다. 물론 평소 그 부분이 약했다거나 아팠다거나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1달을 넘어가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저 또한 운동 중에 다쳤던 왼쪽 종아리 근육 파열로 15일 정도 치료받고 완치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쳤을 당시엔 한걸음 걷는 것도 고통이었지만 15일 정도 치료받고 난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뛰고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기간이 길어진다면 다른 치료 방법을 찾아보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치료받아보시고도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껴지신다면 무조건 의사 선생님 말씀이라고 믿지만 마시고, 본인의 건강을 위해 다른 곳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