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4년에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처음 취득한 후 2008년부터 2022년까지 2곳의 한의원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의원에 근무하면서 느끼고 배우게 된 한의원에서 근무하는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환자분들 이름을 빨리 외우는 게 좋아요.
저는 특별히 남들에 비해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병원에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주 많은 환자분들의 성함을 암기하게 되었습니다. 꼭 한의원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직업들에서 사람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자신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네 작은 개인병원에서 일을 할 경우 한번 오셨던 분들이 두 번, 세 번 점점 자주 오시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분들의 성함을 빨리 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성함을 기억하지 못하면 섭섭해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하루에 뵙는 몇십 명, 몇백 명의 환자분들 중 한 분일뿐이지만 환자분의 입장에서는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본 사람이 나를 기억해주지 못하면 섭섭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리고 한번, 두 번 뵌 환자분들을 알아봐 드리고 이름을 불러드리면 별 것 아닌 일인데도 기뻐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고, 내 이름을 기억하냐며 좋은 인상으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사람 이름을 빨리 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은 환자분이 저에게 어떻게 그렇게 환자들 이름을 많이 빠르게 외우냐고 여쭤보신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별로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대답을 못 해 드렸었는데 그 후 고민을 해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1.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세요.
일이 바쁘다 보면 눈도 못 마주치고 인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사람의 얼굴을 외우기 힘듭니다. 인사할 때 눈을 마주치고 인사해보세요. 그 사람의 인상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세요.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입은 옷, 신발, 표정, 얼굴 생김새, 말투, 행동 등등 그중에 한 가지 본인에게 '어떤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한 가지면 됩니다. 그렇게 '어떤 분이시구나.'라는 딱 한 번의 생각으로도 그분을 다시 뵈었을 때 '그때 그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3. 얼굴을 보고 환자분 이름을 불러보세요.
'OOO'환자분, 하고 부를 때 환자분 얼굴을 한 번은 보고 불러주세요. 그냥 이름만 부르면 환자분도 본인을 부르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되면 한번 부르면 될 일을 몇 번을 부르게 되는 일도 생깁니다. 눈을 마주치고 환자분의 성함을 부르면 환자분이 잘 알아채는 것도 좋지만 이름을 부른 사람도 한번 더 그 이름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환자분을 이동시킬 때나 물리치료를 해드릴 때 가능한 계속 이름을 불러보세요. 두 번, 세 번 부르게 되면 어느 순간 이름이 외워진답니다.
4. 오신 분들 이름을 순서대로 적어보세요.
전자차트로만 환자분 이름을 찾고 적다 보면 기억에 잘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손으로 몇 번 적다 보면 오늘 하루 중 언제쯤 오셨던 분이신지, 어떤 행동을 하셨던 분이신지 기억에 남게 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환자분 이름을 외울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적으니 엄청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환자분이 인적사항을 적어주시면 그때 이름은 한번 확인하고 전자차트에 적으며 소리 내서 읽어보고, 환자분들 오시는 순서대로 종이에 이름 한번 적어놓고, 진료실로 안내해드릴 때 얼굴 보고 한번 더 불러보고, 치료 도와드리면서 성함 불러보고, 수납할 때 이름 한번 더 부르고 나면 저절로 그 사람의 이름이 외워지게 됩니다.
반드시 호칭은 '성함'으로 부르세요.
한의원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붙게 됩니다. 너무 익숙하게 뵙는 분들이 많으시고, 40대 이상이신 분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이신 경우가 많고, 특히 간호조무사가 20대라면 정말 부모님 세대의 환자분들이 많으시기 때문에 이러한 호칭이 더 편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못 외운 환자분이라면 더더욱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편하게 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시대가 좀 다릅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의 경우에도 미혼이시거나 혼자가 되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확실하게 70대 이상이신 분이 아니라면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불쾌하게 들릴 수 있답니다.
실제로 제가 습관적으로 "어머님"이라고 불렀던 환자분이 "저 어머님 아닌데요?"라고 지적하셨던 경험이 있었답니다. 그 후 늘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환자분 성함을 외우기 위해서도 기왕이면 성함으로 불러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침대 온도를 미리 조절해주세요.
개인 한의원에 있는 침상들 중에서는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미리 조금 온도를 맞춰놓으면 환자분이 치료받으러 들어가셨을 때 더 편하게 치료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름이면 온도를 많이 낮춰놓거나 꺼두는 것이 좋고, 겨울이면 30도 내외로 온도를 올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온도가 다르긴 하지만 추운 날 너무 낮은 온도로 되어있거나, 여름인데 높은 온도로 되어 있다면 환자분들에게 불만이 쌓이게 되고 그 불만은 근무하는 저희에게 표출이 됩니다. 그러한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에게 맞는 온도로 임의로 바꿔두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여름이라도 뜨거운 걸 좋아하시는 어머님들도 많으시고, 겨울이라도 열이 많으셔서 낮은 온도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그렇게 온도를 조절해 놓은 곳에 다른 환자분이 들어오시게 되면 당연히 놀라시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환자분이 들어오시기 전에 빈 침상의 온도를 확인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분이 나가신 자리를 꼭 한번 확인해주세요.
다른 개인병원들에 비해 한의원은 환자분이 침상에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소지품을 잃어버리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귀금속의 경우 치료를 위해 풀어놓으셨다가 잃어버리시게 되면 속상해하시거나 의심을 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십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다른 환자분들이 가지고 갔다고 의심하시는 분들도 한 번씩 계십니다. 따라서 반드시 두고 가시는 물건은 없으신지 여쭤보고, 한번 더 자리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침을 뽑고 나서 반드시 한번 더 확인하세요.
한의원 간호조무사가 침구실에서 일을 하면 침을 뽑는 일을 하게 됩니다. 간호조무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한 번씩 침을 하나씩 빼먹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분들은 그런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십니다. 일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계신답니다. 침이 옷에 걸려 아플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침이 몸속에 들어갈까 겁을 내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화를 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침을 빼고 나면 반드시 한번 더 확인을 하고, 조금 예민하신 분이시라면 꼼꼼하게 뺐지만 한 번 더 몸을 확인해 보시라고 부탁을 드려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