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호조무사가 좋아서 한 게 아니었다
저는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을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저는 2022년 4월까지 15년 동안 간호조무사로 근무를 하였습니다. 그중 14년은 한의원에서 근무하였고, 4월까지 일했던 곳에서는 12년 동안 근무를 하였습니다. 몸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절대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그런 직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을 좋아한 적이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제가 하는 일이 다른 간호조무사님들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사를 놓을 일도 없었고, 물리치료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한의원도 아니었고, 교대근무를 하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운이 좋아 오래 일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다른 간호조무사님들에 비해 비교적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원장님께서도 정말 한의사로서도 어른으로서도 존경하는 분이셨고, 항상 저를 믿어주셨고 제 실수에도 혼을 내시는 일도 거의 없으셨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 분도 좋으셨고, 거의 모든 조건들이 좋아서 제가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간호조무사'라는 일이 좋아서 일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신기하게도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강했지만, 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없었습니다.
처음에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을 때도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힘들어지면 어디서든 직장을 구할 수 있고 월급을 많이 받긴 어렵지만 그래도 밥 굶는 일은 없을 거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게 되었던 자격증이었고, 막상 일을 배우고 시작했을 때도 생각보다 성격에 잘 맞는 편이라고 생각한 정도였지 제 직업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 직업을 제 직장을 아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을 그만두고, 제가 해온 일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적기 시작하면서 제 일을 꽤 사랑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간 근무도 없었고 대부분 칼퇴를 했었지만, 토요일과 공휴일은 늘 출근해서 일을 했었고 정말 가끔 한의원에 무슨 일이 생겨서 남아서 하게 되더라도 별로 힘들다거나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토요일이나 공휴일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여행을 조금 더 멀리 못 갈 때 가끔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제가 출근하기 때문에 쉬는 날(토요일이나 공휴일) 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분들도 계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출근하는 것이 싫지도 않았습니다.
제 직장이 좋았고,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저에게 월차나 연차가 없어서 힘들겠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딱히 그런 게 없어서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오히려 그런 날에도 치료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있겠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약간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얘기한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가 몸이 아프고 힘들어보니 제가 했던 사소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일상들이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월급을 받기 위해서 일하거나, 그냥 출근했으니 하는 일일 뿐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분들도 분명히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일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꼭 좋아서 시작한 일이 아니어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일이 되는 건가 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피곤하고 지치는 하루를 보내셨을지도 모르지만 그 하루 속에서 누군가는 분명히 도움받고 있고, 알찬 하루를 보내셨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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