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간호조무사로 근무할 수 있었던 이유
간호조무사로 오래 근무할 수 있었던 이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피를 무서워합니다. 사실 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병원에서 실습을 하다 보면 간호사 선생님들이나 다른 직업의 병원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많이 뵙게 됩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다 보면 다른 직업에 대해 궁금증도 생기고 다른 직업이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피를 보는 직업에 자신이 없었고, 3교대 근무를 하시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당시에 너무 힘들고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사실 '내가 병원에서 일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꼭 큰 병원에서 3교대를 하며 일하지 않더라도 작은 동네 병원에서 일하게 되면, 교대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고, 피를 보는 일도 적을 테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일이 내게 맞을까'라는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런던 중에 제가 근무하던 병동에 당뇨병으로 1인실에 장기 입원 중이시던 환자분이 큰 수술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심각한 당뇨로 발가락을 절단하셨고, 그 다음 발목을 절단하게 되셨습니다. 190cm 정도의 큰 키에 약간 무섭게 생기신 아버님이셨었지만 저에게는 늘 '막내야'라고 부르시며 예뻐해 주시던 자상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발목 절단 수술을 하시고, 며칠 뒤 상처가 터지는 바람에 정말 난리가 난 일이 있었습니다. 병동에 직원은 저와 간호사 선생님 한분뿐이었고, 마침 환자분의 보호자 분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었습니다. 환자분 다리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고, 고통스러워하고 계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부르러 갈 수 있는 사람이 간호사 선생님뿐이셔서 제가 그 피를 지혈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사람이 아무리 무서워도 그런 상황에 막상 닥치고 보니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손으로 거즈와 붕대 등을 잡고 다리에서 피가 더 많이 나오지 못하도록 지혈하였습니다. 그때 금방이라도 울것처럼 당황하는 제 모습이 안쓰러우셨는지 환자분께서 제 눈을 보며 이렇게 얘기해주셨습니다. "막내야, 괜찮다. 나 진짜 괜찮다."라고요. 제일 힘든 상황에 계신 분이 저를 위로해 주시더라고요. 많은 세월이 흘러 그때 제가 울었는지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버님의 그 말씀이 아직까지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답니다.
그때 조금은 병원에서 오래 일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간호조무사'가 안정적인 직업이라 선택하게 되는 것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부분이지만 그보다 제가 15년 정도 간호조무사로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가 되어 드리려는 작은 사명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종합병원, 준 종합병원 등과 같은 큰 병원이 아니더라도 병의원은 늘 어딘가 불편하고 아프신 분들이나 예민해져 있으신 분들이 오시는 곳이고, 막상 내가 아프거나 힘들 때는 당장 치료받기가 힘든 상황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다들 조금은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야만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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