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간호조무사가 경험한 한의원에서 하는 업무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하는 일
저는 2008년에 처음 한의원에 간호조무사로 취업하였습니다. 그리고 2년 정도 근무를 하다가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다른 한의원에 취업하게 되었고, 그 한의원에서 최근까지 12년을 근무하였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원에서 제가 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간호조무사가 한의원에서 하는 일은 주로 접수, 수납, 환자관리, 물리치료, 한약 제조 보조, 한의사 보조 업무 정도로 나뉩니다. 한의원은 다른 병원 진료과목과 다르게 간호사 선생님 없이 한의사 선생님의 지도 아래에 간호조무사만 근무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동네 한의원에 가셔서 뵙는 대부분의 간호복을 입고 계시는 분들이 간호조무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작은 한의원에서는 보통 2명~3명의 간호조무사 선생님들께서 이런 일을 나눠서 하게 됩니다. 그리고 간혹 드물게 혼자 이 일들을 다 하셨다는 간호조무사님도 계셨습니다.
한의원 접수 및 수납 그리고 환자관리 업무는?
환자분들이 오시면 제일 먼저 맞이하게 되는 분들이 이러한 업무를 맡게 되는 분들이십니다. 한의원의 경우 보통 접수와 치료 보조를 같이 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환자분이 오시면 성함을 여쭤본 후에 차트를 찾아 진료실 또는 치료실로 안내해드리고, 치료를 도와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치료가 끝나면 한의원 컴퓨터에 깔려있는 진료비 청구 프로그램을 통해 진료비를 확인한 후에 진료비 계산을 도와드립니다.
그리고 환자분께서 원장님께 여쭤보지 못한 부분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데스크로 오셔서 물어보십니다. 그리고 전화를 통해 한의원에 궁금한 점을 여쭤보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이렇게 환자분들을 응대하는 업무도 함께하게 됩니다.
물리치료가 있는 한의원과 없는 한의원 차이는?
한의원에서는 저주파 물리치료기를 많이 사용하고, 핫팩, 적외선 치료기 외에도 뜸, 부항, 전기 침, 안마기, 추나요법 등의 치료를 도와드리게 됩니다. 이러한 치료는 모두 하는 곳도 있고, 몇 가지만 하거나 안 하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근무했던 한의원에서는 처음 환자분이 오시면 원장님과 상담 후 치료실에 들어오셔서 먼저 핫팩으로 통증 부위를 이완시키고, 저주파 물리치료기를 사용한 다음 뜸 치료를 하고, 부항을 하고, 침 치료를 하면서 적외선 치료기 또는 전기 침을 사용하고, 가지기 전에 안마기까지 해드리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파스를 붙여드리기도 하고 가끔 원장님께서 봉침 치료도 하시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추나요법 치료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원장님 한분에 3명의 직원이 일을 해도 늘 바쁘고 잠시도 앉아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환자분 한분이 오시면 1~2시간 정도 치료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아주 좋아하시는 한의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두 번째로 근무했던 한의원 원장님께서는 물리치료보다는 침 치료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셔서 침 맞을 때 적외선 치료기를 켜드리는 것 외에 다른 물리치료가 일절 없어서 치료실에는 저 혼자 근무했었고, 환자 한 분 치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30분 내외였기 때문에 회전율이 빠르고 아주머니, 아저씨들께서 근무 중에 잠시 오셔서 치료받고 가기에 좋은 한의원이었습니다.
사실 두 곳 다 잘되는 한의원이었기 때문에 바쁠 때는 벅차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들 때도 종종 있었지만 아무래도 물리치료가 없는 곳은 환자분들이 왔다 갔다 하시긴 해도 혼자 일하는 공간이 있어서 그만큼 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대신 그만큼 책임이 많아지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물리치료 전혀 없는 한의원은 아마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약 제조 보조 업무는?
사실 한약 제조(탕전)를 돕는 업무는 저도 잠시 배우기는 했지만 제가 근무했던 한의원에 이미 그 업무를 혼자 담당하고 계시는 직원분들이 이미 계셨기 때문에 제가 더 많은 일을 배울 기회는 없었습니다. 원장님께서 차트에 한약 처방전을 써주시면 제가 챙겨서 탕전실에 전달해드렸고, 탕전실에서 원장님께서 확인한 약재들로 약을 짓고 포장해서 주시면 환자분에게 전달하거나 택배로 보내드렸습니다.
한약 짓는 것을 다른 곳에 맡기는 한의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가 근무했던 곳은 모두 따로 탕전실이 있던 곳이어서 어깨너머로 약재에 대해 배우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방의 경우에는 양방 병원과는 다르게 한의사 선생님들의 고유 치료법이 있는 곳이 많아서 약 처방이 환자분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원장님들도 계시기 때문에 한의원에 근무하시게 되면 그런 부분은 조금 신경 써서 챙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의 원장님 보조 업무는?
물리치료가 많은 한의원에 근무할 때는 사실 원장님 보조 업무를 하시는 선생님이 따로 계셔서 제가 할 일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물리치료가 없는 한의원에서는 한의원 내부 청소관리와 한약을 만드는 업무를 도와주시는 선생님은 따로 계셨기 때문에 저는 접수, 수납, 치료 보조 , 한의원 비품이나 원장님께서 치료를 위해 쓰시는 비품들 관리 등의 일을 하였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일들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자잘하게 손이 가는 일들이 있어서 그런 일을 챙기는 일도 제 일 중 하나였습니다.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하는 일이란?
제가 생각하는 한의원에서의 간호조무사가 하는 일은 한의사 선생님께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쓰지 않아도 혼자 환자 치료가 가능하다면 굳이 다른 직업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12년을 한 한의원에서 일을 하면서 제 일과 일이 아닌 부분을 나눌 때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드리는 일이라면 말씀하시기 전에 찾아서 기꺼이 하려고 하고,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닌 부분은 원장님께 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아주 가끔 일 외의 부분까지 해주셨으면 하고 바라는 부분이 생기실 때도 있습니다. 아랫사람이라 생각하고 하시는 행동이 아니라 너무 익숙해지고 편해져서 그렇게 행동하시는 선생님들도 많으십니다. 그런 부분은 그냥 솔직하게 눈치 보지 않고 제가 할 부분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제가 근무했던 한의원 근무를 바탕으로 간호조무사가 한의원에서 하는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한의원마다 치료 순서나 치료 방법, 기계 쓰임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부분도 많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참고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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